히틀러 북히틀러 북 - 6점 헨릭 에벨레.아티아스 울 지음, 윤종상 옮김/루비박스

2008년 가을 루비박스에서 Das Buch Hitler. Kommentierte Ausgabe의 한국어판, 히틀러 북을 내놨습니다. 원어판이 2005년 3월, 영문판이 2006년 11월에 나왔으니 제법 빨리 번역된 셈이지요. 발매 시기를 볼 때 해당 저작도 소위 히틀러 최후의 2주를 다룬 영화, der Untergang이 불러온 후폭풍 정도로 나온 것 아닐까 싶습니다.

"히틀러 전속 부관의 심문기록을 토대로 작성된 스탈린만을 위한 NKVD의 비밀문서"라는 수식은 이 책이 히틀러에 관한 가장 자세하고 정확한 사실을 언급하고 있다고 선언하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기에 충분합니다. 그 증언자가 히틀러의 부관인 오토 귄셰와 비서였던 하인츠 링게라면 더더욱 그렇지요. 더욱이 "링게와 귄셰는 잘못되거나 부정확한 얘기를 하지 않기 위해 조심해야만 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다음 날 끌려 나가 고문을 당해야 했기 때문이다. 또, 그들은 독방에 수감되어 있었기에 서로 입을 맞추거나 방어 전략을 짤 수가 없었다. 두 사람은 목숨을 담보로 진실을 공개해야 했다."라는 식의 보도자료는 이 책이 히틀러에 대한 숨겨진 진실을 말하고 있는 것 처럼 선언합니다. 따라서 히틀러라는 역사적 인물과 제2차세계대전이라는 역사적 사실에 별다른 지식을 갖지못한 일반적인 독자들이 이 책의 보도자료를 접하는 순간, 이 책이 히틀러, 그리고 그와 뗄 수 없는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한 진실을 이야기할 것이라는 기대를 한껏 부풀리게 만듭니다.

하지만 히틀러북은 드러나지 않은 사실을 담고 있을지는 몰라도 공평한 시각의 진실을 담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이 강철의 대원수에게 보여지기 위한 보고서였다는 것을 잊어선 안될 일이겠지요. 편집자 서문에서 언급한 대로 1933년의 장면들은 개작되어 있으며 소비에뜨가 마침내 전쟁의 주도권을 쥐게 된 1943년 7월 이전의 전황 또한 스딸린, 나아가 소비에뜨의 입맛에 맞도록 생략되거나 윤색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소비에뜨의 제2차세계대전 공식전사인 대조국전쟁사의 서술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스딸린 치하 소비에뜨 정권은 후세, 혹은 국민들이 제2차 세계대전을 이렇게 바라봐주길 바랬다." 였다고 할 수 있을까요? 다시 말해 이 책은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한 진실을 바라볼 수 있는 수단으로 기대하고 있다면 별 의미가 없는 책입니다만 히틀러 개인에 관한 숨겨진 에피소드를 살펴보는 데엔, 요아힘 페스트(Joachim Fest)의 Der Untergang: Hitler und das Ende des Dritten Reiches. Eine historische Skizze(번역판 : 히틀러 최후의 14일 )이나 Hitler. Eine Biographie(번역판 : 히틀러 평전 1, 히틀러 평전 2)와 비교하면서 읽는다면 재미를 더할 수 있는 저작이라 생각됩니다.

이제 번역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할 듯 합니다. 번역서 최고의 덕목은 외국어를 한국말로 매끄럽게 바꿔주는 것이겠습니다만 이 책과 같은 사회과학의 요소가 들어있는, 팩트를 전달하는 영역의 번역서라면 그에 못지않게 지켜야 할 룰이 있습니다. 바로 용어와 고유명사 표기의 정확성과 일관성이지요. 가능하다면 원어식 발음에 가까울 것...도 있겠네요. 그러나 이 책은 이러한 룰을 그다지 지키지 않습니다. 역자께서는 "만연체 문장의 전형을 보여주며 극적인 순간들조차 다큐멘터리같은 필체로 일관한다. 독자 입장에선 상당한 도전이 될 것" 이라 말하고 있습니다만 정확성과 일관성이 떨어지는 용어와 고유명사의 표기는 독자의 도전에 더 큰 짐을 올려놓는다 할 일입니다. 원작에는 별 세개반정도를 번역엔 별 두개 반을 주고 싶네요.

http://sagebooks.tistory.com/62008-09-19T11:12:180.3610
Posted by 우마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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