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인류최초의 인류 - 10점 앤 기번스 지음, 오숙은 옮김/뿌리와이파리
지난주 토요일(2008년 10월 25일)에 뿌리와 이파리에서 나온 Ann Gibbons의 The first Human: The Race to Discover Our Earliest Ancestors의 한국어판, 최초의 인류가 서점에 풀렸습니다. 아니 지난 토요일에 발견했다고 해야겠군요. (2008년 10월 24일 발매라고 쓰여 있다는 것을 상기해주세요) 2006년 4월 18일에 영어판이 처음 발간되었으니 발매 시기는 평균과 약간 빠른의 사이...정도라 할 만 하려나요?

사실 이 나라에서 "최초의 인간(류)"이라거나 "인류의 기원"이라는 단어는, "이름은 확실히 모르겠어요. 공룡 이름들을 외우는 건 불가능한 일이거든요. 10살이 넘어가면 누구라도 그 이름들을 외우지 못할 거예요."라는 Jurassic Park의 세리프를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이런 책이나 저런 책처럼 어린이를 위한 주제로 생각되는 게 현실입니다. 물론 그 복잡한 라틴어를 기억하기엔 이 나라 사람들의 삶이 좀 팍팍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인류의 기원에 대한 논제를 다룬 제대로 된 한글로 쓰인 책(저작이건, 역서건)을 찾아 보면 그 또한 단 한 권도 없다는 것 역시 피해갈 수 없는 사실입니다. (이래놓고 인문계의 위기 어쩌고 해봐야 우습죠.) 물론 아주 없다고 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앞서 소개한대로 어린이 대상 책이거나 옛날에 나온 책인 경우가 많아서 상세가 두리뭉실인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사이언스"지의 진화 담당기자였던 Ann Gibbons가 쓴 The first Human : The Race to Discover Our Earliest Ancestors는 바로 이 이야기를 다룹니다. 하지만 그 고인류가 출토된 지층의 시기, 즉 지구상에 출현한 것으로 생각되는 시기를 기반으로 구성하던 종래의 다른 책들과 달리 이 책은 화석들이 실제로 발견된 연대를 기준으로, 다시 말해 그 화석을 발굴한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담아 소개합니다. 때문에 어느 시점에서 어느 이론이 들어왔고, 기존에 있던 개념을 어떻게 침몰시켰으며 논란의 중심이 된 것은 어떤 이유로 논란이 된 것인가 까지도 쉽게 소개할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호미닌에 대한 지식이 없던 사람들에겐 지식의 뼈대를, 기존의 책들에서 소개된 호미니드에 대한 토막나 있던 지식을 가졌던 사람들에겐 지식의 체계를 부여해줍니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 강조하고 싶은 가치는 이런 첨예한 논란을 다루는 책들이 흔히 빠지기 쉬운 편향성을 배제하려는 노력입니다. 필자가 이러한 첨예한 논란을 벌이는 집단들과 접촉해서 그들의 도움을 얻어야 하는 경우, (마치 한국 기자들이 흔히 그러한 것 처럼) 필자 자신에게 편의를 제공한 사람들에게 좀 더 호의적인 시각으로 기술한다거나 필자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주장과 마주치면 일단 반대편에게 불리하게 기술한 것이 아니라 이 주제는 어떤 이유로 논란이 있다고 소개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최대한 공정함과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단점이라면 역시 한 권에 너무 많은 것을 넣으려 하다 보니 정작 논의의 중심에서 비켜나 보이는 것들에 대한, 즉 상대적으로 새로운 종에 대한 언급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이지만 제목이 시사하는 집필 방향을 볼 때 어쩔 수 없는 한계인 듯 합니다.
이제 번역에 대한 이야기를 할 시점인 듯 합니다. 늘 말해왔듯 번역서 최고의 덕목은 외국어를 한국말로 매끄럽게 바꿔주는 것이고 이 책과 같은 과학의 요소가 들어있는, 팩트를 전달하는 영역의 번역서라면 용어와 고유명사 표기의 정확성과 일관성(가능하다면 원어식 발음에 가까울 것...도 있겠네요. )이겠습니다만 그간 옛날, 아주 옛날의 주제를 다뤄왔던 뿌리와 이파리의 역서답게 아주 적절한 번역을 보여줍니다.

전반적으로 별 네개 반 정도를 주고 싶습니다. 인류의 기원에 대해 관심이 있으셨던 분은 꼭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http://sagebooks.tistory.com2008-10-21T03:59:330.31010
Posted by 우마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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