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소 전쟁사 1941~1945 데이비드 M. 글랜츠,조너선 M. 하우스 지음, 윤시원.남창우.권도승 옮김/열린책들
 
최근 열린책들에서 "독소전쟁사 1941-1945"라는 이름으로 "When Titans Clashed"의 번역서가 발매되었습니다. 원본인 "When Titans Clashed"는 소련군에 관한 한 미국 최고의 권위자라 할 수 있는 David M. Glantz(데이빗 M. 글랜츠) 예비역 대령과 조너선 하우스 교수가 쓴 책으로 2차대전 당시의 독-소 전쟁 그 자체에 촛점을 두어 기술한 책입니다.

저자인 David M. Glantz 예비역 대령은 미 육군의 외국군연구소(FMSO:Foreign Military Studies Office) 소장을 역임하며 소련군과 제2차세계대전 당시의 독-소전쟁에 관한 많은 연구성과를 선보였습니다. From the Done to the Dnepr: Soviet Offensive Operations, December 1942-August 1943를 시작으로 한 그의 저작들은 대조국전쟁사를 중심으로 이미 오류로 밝혀진 수십 년 전 자료를 무비판적으로 인용하거나 사료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전쟁사 서적들의 문구를 단순히 조합하던 서방측 연구자들의 당시 저작들과 달리, 일반 연구자들이 자료 접근에 한계를 갖던 구 소련군 내부 자료를 바탕으로 독-소전쟁의 모습을 재조명하는 계기를 만들어줬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번에 번역된 "When Titans Clashed"는 "How the Red Army Stopped Hitler"라는 부제에 걸맞게 독-소전을 개괄적으로 잘 설명한 저작입니다. 독-소전에 대한 최초의 쓸만한 서방측 저작으로는 John Erickson 교수의 "Road to Stalingrad""Road to Berlin"을 꼽을 수 있으나 조금 산만한 서술로 인해 읽기가 좀 어렵습니다. 이에 비해 "When Titans Clashed"는 "Road to Stalingrad"와 "Road to Berlin"의 각주 노트이자 정리서라는 저자의 말대로 내용의 심도가 떨어지지 않으면서도 각 챕터마다 놓여진 상황도, 잘 정리된 여러가지 데이터, 용어해설등이 붙어 있어 한 권으로 독소전을 이해하려는 분들에게 있어 현재까진 최고의 책이라고 감히 말할만 합니다.

물론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소련측 시각을 바탕으로 한 접근은 발간 당시엔 매우 참신한 시도였으나 좀 더 많은 자료가 공개된 지금의 시점에서 보자면 친소련적인 서술에 기인한 오류가 보이기도 한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 나온 2차대전 관련서중 유일하게 독-소 전쟁, 그 자체를 다루고 있는 저작이란 점에서 이 책의 가치를 높이 살 만한 이유는 충분합니다. (리처드 오버리의 "스탈린과 히틀러의 전쟁도 이 책과 마찬가지로 독-소전을 다루고 있으나 전쟁 그 자체에 대한 서술은 사실상 오류에 가깝다 봐도 무방할 지경입니다.)

특히 한국어판을 높게 평가할만한 이유는 기존 번역서들의 역자들이 배경지식의 부족으로 원서를 우리말로 옮기는데 그치는 데 비해 제2차세계대전 유럽전선에 대해 많은 배경지식과 경험을 가진 분들, (페리스코프와 다음 WW2 카페에서 Wenck라는 필명으로 활동했던)남창우님이나 (페리스코프에서 길잃은어린양이란 필명으로 활동했던) 윤시원님 및 (페리스코프에서 다스라이히라는 필명으로 활동했던) 권도승님이 번역을 맡고 국내 최고의 2차대전사 사이트, 페리스코프의 주인장인 채마왕님이 감수를 맡아 원본의 오류들까지도 적절히 지적해줬다는 데 있습니다.

독소전의 실체에 대해 관심이 있는 많은 분들은 망설이지 마시고 과감히 집어드셔도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 책이 번역된 것을 기회로 앞으로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한 객관적인 저작들이 좀 더 많이 번역되고, 쓰여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p.s... 사실 책의 디자인 자체는 영문판의 강렬한 맛이 사라져서 다소 아쉽습니다.

Posted by 우마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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